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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초반 여성

어제 세션을 받고는 굉장히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지하철에서의 꾸벅 꾸벅 빠져들게 되는 졸음은 깊고 달콤했고, 결국 뺨 한쪽을 침으로 적셔 지독한 냄새가 났지만 많은 사람을 앞과 옆에 두고도 부끄럽지 않고 만족스러웠다.

역에 올 때마다 힐끔 훔쳐 보기만 했던 아이스크림을 사, 코트를 입은 수많은 인파를 지나치며 깊고 어둑한 밤의 온도에 조금씩 몸을 떨면서 스푼으로 조금씩 떠먹었다. 오래도록 아껴왔던 선물을 비밀스레 음미하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아침에서부터며 퇴근하는 길을 걷는 순간까지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머리를 여름에 안대를 쓴 채 각목으로 수박을 내리치듯 박살내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심박을 재는 장비가 뚜- 하고 멎은 것처럼 마음과 머리가, 고요하고 또 평온했다. 평온어린 표정이 조각된 하얀 대리석 조각상을 보는 것처럼 아무런 의심이 깃들지 않았고 멀미날 정도로 영원히 원을 그리며 무한궤도로 도는 레코드 판이 잠깐 멎은 것 같았다.

다음날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자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궤적이 보였고, 그 것이 어떻게 생각으로 굳어지는지 그래서 된 생각이 어떻게 마음을 착각시키며 오염시키는지, 생각을 언어로 붙들기도 전에 사람을 마주치면 손쌀같이 바위 틈으로 흩어지는 바다벌레 처럼 그것보다 빠른 직관적인 앎이 찾아들었다.

고정된 형태를 지닌 사물과 사람에서 액체같이 흐물한 무언가가 슬쩍 빠져나와 다시 딱딱한 형태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았고, 모래로 만들어진 세계가 무너져 재구성되며 생긴 지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거닐었다. 이 빠른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광대가 목숨을 걸고 높은 줄을 타는 것처럼 스릴있다. 

물감이 물에 천천히 풀려나가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처럼, 나의 마음 안 딱딱하게 굳은 "그것" 대상들이 찬찬히 풀려나가며 기도하듯 내 마음에 찾아든다.

나의 감정이 꼬일대로 꼬여 지금에 다달아 뒤틀린 모습이 된 것처럼, 미웠던 엄마와 무서웠던 오빠도 단지 나와 같은 과정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일 뿐이며 그러고 있는 그들 자신도 참으로 힘들겠고,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이 먼 곳에 격리되어 있던 그들이 나와 같은 인간으로 느껴졌다.

방 안의 초는 작고 또 하얗고 여리며 촛농을 흘리우는 모습이 애달픈데, 그 뒤 미친듯이 일렁이는 그림자만을 본 채 나는 겁에 질렸던 거다. 대상의 몰이해로 인해 벌어진 마녀사냥의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음을 조가비처럼 꼭 닫고 멀어지기를 바랐던 어떤 아이, 실은 사랑스러우며 외롭고 겁에 찬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미워했던 나, 몰이해 끝에 창고에 쳐박아두고 꺼내보지 않은 낡은 야구 글러브처럼 먼지쌓인 채 방치되고 있던 나 에게 미안해 졌다.

더 잘 사용할 수 있었는데, 함께 걸을 수 있었는데 그저 미워하고 또 미워하기만 했다. 그 가치와 용도를 왜곡했다, 오랜 기간.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걷는 꿈결같은 오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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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 LYD 워크숍을 다녀온 후 또 한주가 시작됐었다. 그 한주 동안 LYD 책을 읽어보며 내 주도권과 전략대로 사는 삶을 실험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솔직히 지금와서 전략과 주도권대로 사는것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부분이며 삶에 크게 잘 적용시키고 있는지도 혼동스럽다. 맞게 적용한점도 그렇지 못한 점도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보내는 시간동안 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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